경제

중국-러시아의 비트코인 에너지 결제 구상: 국제정세 의미 심층 분석

CryptoNaut 2025. 4. 2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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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 무대에서 이색적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에너지 거래 대금을 미국 달러 대신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로 결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결제 수단의 변화가 아니라, 글로벌 패권 경쟁과 금융 질서 변화와 맞물린 중대한 흐름으로 평가됩니다.

 

본 포스트에서는 중국-러시아 간 에너지 협력의 배경부터 비트코인 결제를 고려하는 이유, 서방 세계의 반응,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이 가져올 국제정세상의 의미까지 폭넓게 살펴보겠습니다.

강화되는 중국-러시아 에너지 협력

중·러 관계는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 최근 더욱 밀착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자, 중국과 인도 등이 러시아산 석유를 할인된 가격에 대거 수입하며 러시아의 새 고객으로 부상했습니다.

 

그 결과 중국은 러시아에게 경제적 “생명줄” 역할을 하게 되었고, 2023년 양국 간 교역액은 2,401억 달러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전년 대비 26.3% 증가). 특히 러시아 에너지 수출의 흐름이 급격히 동쪽으로 이동하여, 2023년 러시아 석유·석유제품 수출 물량의 절반이 중국으로 향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 강화는 양국 정부의 전략적 의지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작년 여러 차례 회담을 통해 양국의 “무제한 전략적 협력”을 강조했고, 에너지 분야 전반에 걸친 협력 확대를 약속했습니다. 실제로 30년 장기 가스공급 계약이 체결되고, 러시아의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이 2019년부터 중국에 가스를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2022년 양국은 이 가스 대금을 위안화와 루블로 결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2024년 말에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상하이까지 운송하는 동부 노선 파이프라인이 완공되어 에너지 협력이 한층 공고해질 전망입니다. 이처럼 중국과 러시아는 에너지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으로 상호 이익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미국과 서방의 영향력에 공동 대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에너지 결제 수단으로 고려하는 이유

그렇다면 이렇게 끈끈해진 중·러 에너지 동맹이 왜 하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검토하는 것일까요? 그 배경에는 복합적인 전략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달러 패권 약화와 제재 회피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제재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전략입니다. 러시아는 전쟁 이후 달러 기반 국제결제망(SWIFT)에서 부분적으로 배제되고, 외환자산까지 동결되는 등 금융 제재를 직격탄으로 맞았습니다.

 

이에 러시아는 탈달러화(de-dollarization) 정책을 가속화하여 중국 등과의 거래에 자국 통화나 위안화 비중을 크게 늘렸습니다. 그러나 루블이나 위안화로만 거래할 경우 환율 변동과 통화 신뢰도 등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서나 통용될 수 있는 중립 자산비트코인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호국”에는 석유·가스 대금을 위안화, 리라화 등 해당국 통화나 비트코인으로 받는 데 열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2022년 3월 러시아 국회 에너지위원장 파벨 자발니는 “중국이나 터키 같은 우방국에는 비트코인으로도 거래할 수 있다”며, 서방 제재국에는 루블이나 금 결제를 요구하고 우방국에는 암호화폐 등 유연한 결제를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러시아가 국제 원자재 거래에서 달러의 영향력을 줄이고 제재를 우회할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활용하려 함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제재 회피 수단으로서의 암호화폐 활용은 이미 어느 정도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일부 석유 기업들은 중국 및 인도와의 원유 거래 대금 결제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미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등의 암호화폐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실제 거래에서는 중국의 석유 구매자가 위안화로 중개무역상에 지불하면, 그 중개상이 이를 즉시 암호화폐로 환전해 러시아로 송금하고 현지에서 루블로 재환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전해졌습니다.

 

이렇게 하면 달러 결제망을 통하지 않고도 거래가 완료되므로, 서방의 금융 제재를 효과적으로 회피할 수 있게 됩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기존 제재 국가들도 암호화폐를 통해 경제를 유지해온 precedents가 있는 만큼, 러시아도 같은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죠.

 

또한 중국 입장에서도 달러 중심 결제망에서 벗어나는 것은 전략적 이익이 있습니다. 미·중 갈등 속에서 달러 패권은 중국에 취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은 러시아와의 거래에서 이미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는 등 달러 의존도를 줄여왔습니다. 중국 공식 입장에서 비트코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지만, 미국 제재를 무력화하고 미국 금융지배에 도전하는 러시아의 시도에 일정 부분 호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양국 모두 달러를 통한 결제가 결국 미국의 영향력 행사 수단이 된다는 공통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달러가 아닌 다른 수단(암호화폐 포함)을 모색하는 데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의 기술적 특성과 편의성

비트코인을 고려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암호화폐 자체의 기술적 특성입니다.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여 특정 국가나 기관이 거래를 막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전통 금융망과 달리 은행 등의 중개자 없이 P2P 방식으로 가치 이전이 가능하므로, 제재로 인해 국제은행망 이용이 제한된 상황에서 대안 결제 루트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는 서방 은행의 송금 지연과 차단에 직면했는데, 암호화폐를 활용하면 국경을 넘어 바로바로 자금을 주고받을 수 있어 거래 속도가 빨라지고 편의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실제 러시아측 관계자는 “제재가 풀려 달러 사용이 다시 가능해지더라도 편의성 때문에 암호화폐 사용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또한 비트코인은 발행 한도가 정해져 있고(디지털 금에 비유), 전세계 어디서나 가치가 통용되는 글로벌 자산이라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러시아나 중국 입장에서 서로의 통화(루블화나 위안화)에 100% 신뢰를 두기 어렵다면, 제3의 탈정치화된 자산인 비트코인이 결제 매개로 활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는 마치 과거 금본위 체제 하에서 금으로 국제무역 결제를 하던 것에 비견되는데, 비트코인을 일종의 디지털 금처럼 간주하고 활용하려는 구상입니다. VanEck 등 글로벌 투자기관들도 “비트코인이 일부 국가들에서 달러를 우회하는 기능적 통화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조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달러 패권에 도전하려는 지정학적 계산과, 검열 저항성·탈중앙화라는 기술적 장점이 맞물리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비트코인 결제라는 실험적 시도를 고민하게 된 것입니다.

미국과 서방의 시각: 우려와 견제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예의주시하며 경계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달러화 금융망을 통한 제재를 핵심 외교도구로 활용해온 만큼, 암호화폐를 통한 제재 우회 가능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 재무부와 규제 당국은 러시아가 암호화폐로 제재를 피하려는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2022년 3월, 주요 7개국(G7)은 공동성명을 통해 “현행 제재는 암호자산에도 동일하게 적용됨”을 분명히 밝혔고, 미 의회 역시 재무부에 암호화폐 업계의 제재 준수 여부를 면밀히 감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러시아 정부나 올리가르히들이 암호화폐를 통해 제재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유럽연합(EU) 또한 러시아의 암호화폐 활용에 제재의 눈길을 돌려 대응에 나섰습니다. EU는 러시아 이용자들이 이용하는 암호화폐 지갑과 거래소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고, 실제로 러시아 기반 암호화폐 거래소 Garantex를 제재 리스트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제재 여파로 해당 거래소의 주요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 발행사도 협조하여 해당 지갑들을 동결시켰고, 결국 Garantex 거래소는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이 사례는 서방의 규제가 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이나 거래 인프라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도 차단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즉, 비록 비트코인 자체는 막기 어렵다지만, 이를 현금화하거나 교환하는 과정에서의 취약점을 서방이 공략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 인사들은 공식석상에서 러시아의 암호화폐 활용이 제재의 효과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암호화폐를 통한 대규모 제재회피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동시에 관련 업계의 협조와 국제 공조를 통해 어떤 제재 회피 시도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서방 전문가들도 러시아가 에너지 거래 전부를 암호화폐로 처리하는 것은 유동성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으며, 대규모 움직임은 블록체인 상에 포착되기 때문에 완벽히 숨기긴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현재 러시아의 암호화폐 활용 규모는 전체 에너지 거래의 일부(일례로 한 러시아 석유 트레이더의 경우 암호화폐 거래가 월 수천만 달러 규모에 불과함)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서방 제재망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달러 중심의 기존 질서를 위협하는 잠재성 때문에, 미국과 유럽은 중국-러시아의 이러한 시도를 좌시하지 않고 다양한 경로로 견제,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비트코인 결제의 리스크와 한계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매력적인 측면이 있지만, 실제로 이를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데는 적지 않은 리스크와 현실적 제약이 존재합니다. 몇 가지 주요 한계를 짚어보겠습니다.

 

1. 극심한 가격 **변동성:** 비트코인은 짧은 기간에도 가격이 급등락하는 변동성이 매우 큰 자산입니다. 실제로 2021년 11월 약 6만 9천 달러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2022년에 들어 60% 이상 폭락하며 많은 투자자들을 당황시켰습니다. 장기적으로도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전통 자산 대비 월등히 높아서, 한 연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은 금의 약 3.9배, 세계 주식시장의 4.6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런 가격 불안정성은 거래 당사자 입장에서 결제 금액의 가치가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있다는 위험을 뜻합니다. 예컨대 러시아가 석유 대금으로 받은 비트코인의 가치가 나중에 급락하면 손해를 볼 수 있고, 반대로 중국 입장에서도 지급 직후 가치가 급등하면 결과적으로 너무 많은 대금을 치른 셈이 될 수 있습니다. 국가 간 대규모 거래에서는 이러한 환율(가격) 변동 리스크가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2. 규제 및 법적 불확실성: 암호화폐에 대한 각국 정부의 입장이 엇갈리고 규제 환경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큰 리스크입니다. 중국은 2021년 이미 암호화폐 거래와 채굴을 전면 금지하고 금융기관의 관련 서비스 제공을 차단하는 등 강경한 규제를 시행했습니다. 러시아 역시 한때 암호화폐 결제를 불법화했으나, 제재 이후 국제무역에 한해 예외를 두는 식으로 법을 개정했습니다.

 

이처럼 국내용과 국외용으로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는 있지만, 향후 규제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미국이나 유럽이 암호화폐 관련 제재를 더욱 강화하거나, 중국이 자국 기업의 암호화폐 활용에 제동을 건다면 비트코인 결제 구상은 큰 차질을 빚게 될 것입니다. 법적 인프라(예: 회계 처리, 세무 문제)도 아직 명확치 않아 국가 간 결제에 활용하기엔 불투명한 부분이 많습니다.

 

3. 인프라 및 유동성 문제: 비트코인 네트워크 자체는 확장성(Scalability) 이 제한적입니다. 초당 처리 가능한 거래 건수가 제한되어 있고, 수수료와 처리속도가 거래량 급증 시에는 불안정할 수 있습니다. 국가 대 국가 간 거액 결제라 해도 결국 그 비트코인을 현지 통화로 교환하거나 물자 구매에 활용하려면 거래소나 OTC 데스크 등의 인프라를 거쳐야 하는데, 이런 지점들이 제재나 규제의 타깃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가 비트코인을 받아도 이를 루블화로 바꾸려면 국내 거래소나 장외거래를 해야 하는데, 앞서 언급한 대로 주요 거래소가 제재로 막히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경우 테더나 USDC같은 중앙 발행사가 개입하게 되는데, 이들은 미국 규제 영향권 아래 있어서 자산 동결 등의 위험이 있습니다 (이미 러시아 관련 지갑이 동결된 사례가 있음).

 

기술적인 보안 문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암호화폐 지갑이 해킹당하거나 키를 분실하면 돌이킬 수 없고, 사이버 보안 면에서 국가 단위 거래에 새로운 취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4. 중국의 태도: 한편 비트코인 결제에 대한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도 변수입니다. 러시아는 절박한 입장에서 암호화폐라도 쓰고 보자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기본적으로 위안화 국제화를 추구하고 자국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위안(e-CNY)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민간 암호화폐를 불신하고 자국 금융통제권을 중시하기 때문에, 러시아와의 거래에서 공식적으로 비트코인 사용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다만 비공식적·실용적인 차원에서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와의 거래에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것을 묵인하거나, 홍콩 등 역외 금융시장을 경유하는 방식을 취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중국이 적극성을 띠지 않는 한 비트코인 결제는 양국 협력에서 주류가 아닌 보조적 수단에 그칠 공산이 큽니다.

 

요컨대, 비트코인을 통한 에너지 결제에는 가격 위험, 제도적 장애, 인프라 제약 등 여러 한계가 존재하며, 이는 이러한 결제가 당장 널리 확산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따라서 이 구상은 지정학적 의미에 비해 현실적으로는 제한적인 범위에서 시험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향후 예상 시나리오: 확산 vs. 실패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비트코인 결제 구상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몇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 1: 비트코인 결제가 확산되는 경우 – 러시아와 중국이 시작한 이 실험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다면, 다른 에너지 생산·소비국들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란, 베네수엘라 같은 기존 제재국이나 카자흐스탄, 걸프 산유국 등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국가들이 암호화폐 거래에 관심을 보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볼리비아가 전력 수입 대금을 암호화폐로 지불하는 방안을 발표하는 등, 소규모 국가들이나 특정 거래에서 암호화폐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이 쌓이면 비록 비트코인이 주류 결제 통화가 되지는 않더라도, 국제 무역결제의 일부 대안으로 암호화폐가 자리잡는 흐름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미·중 갈등이 심화되어 금융 분야로까지 기술 패권 경쟁이 벌어질 경우, 중국이나 러시아가 주도하는 암호화폐 블록 또는 비달러 결제 네트워크가 구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비트코인은 초기의 투기성 자산 이미지를 탈피하고 국제 결제 인프라의 한 축으로 부상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달러에 대한 수요 감소와 함께 비트코인 수요 증가로 가격이 오르는 등, 글로벌 투자환경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려면 기술적인 개선(예: 거래 속도 향상, 안정성 확보)과 더 많은 국가들의 참여, 그리고 무엇보다 신뢰 구축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시나리오 2: 비트코인 결제가 좌초되는 경우 – 반대로, 현재의 움직임이 상징적 시도로 끝나고 광범위하게 자리잡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각종 리스크와 제약들이 현실화되어, 중국과 러시아조차도 암호화폐보다는 위안화·루블화 직거래나 금 결제 등 다른 대안을 선호하게 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비트코인 가격이 또다시 폭락하거나 규제가 심해진다면, 굳이 불안정한 암호화폐를 사용할 유인이 줄어들 것입니다. 또한 국제 정세의 변화도 변수입니다.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되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일부 풀릴 경우, 러시아는 정식 금융망 복귀를 모색하며 암호화폐 활용을 축소할 수 있습니다. 중국 역시 미국과 긴장이 완화된다면 굳이 갈등을 부를 결제를 지속할 필요성이 낮아지겠지요.

 

이처럼 상황 변화에 따라 암호화폐 결제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까지 러시아의 원유 거래는 여전히 대부분이 위안화, 디르함화 등의 전통통화로 이루어지고 있고 암호화폐 거래 비중은 매우 한정적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비트코인 결제가 주류로 부상하지 못하고 실험 단계에서 머무르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현실적입니다.

 

 

두 시나리오의 중간 정도인 절충적 경로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즉, 암호화폐는 제재하의 보조 결제 수단으로서 지속적으로 활용되지만 어디까지나 틈새 역할만 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비트코인은 국가간 거래의 백업 플랜이나 비상시 우회로 정도로 기능할 수 있겠습니다. 아마도 당분간은 이 절충 시나리오에 가까운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다만 미래에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하여 직접 결제에 나서거나, 브릭스(BRICS) 국가들의 공통 통화 등이 등장하여 암호화폐의 역할을 대체/축소시킬 변수들도 존재합니다. 결국 향후 전개는 기술 발전, 국제정치 변화, 글로벌 규제 추이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될 것입니다.

미중 패권 경쟁과 글로벌 금융 질서에 미치는 영향

중국과 러시아의 비트코인 결제 움직임은 단순한 결제 방식 변화가 아니라, 세계 패권 구도와 금융 질서 변동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달러는 2차대전 이후 줄곧 글로벌 기축통화로 군림하며 미국이 국제경제를 주도하는 핵심 기반이 되어왔습니다.

 

달러 패권은 미국으로 하여금 막강한 제재 능력을 행사하게 했고, 전세계 중앙은행이 달러 자산을 비축하도록 만들었으며, 국제 무역과 투자에서 달러화 사용을 당연시하는 질서를 구축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러한 달러 중심 질서에 도전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미국의 패권을 견제하고 자국의 영향력을 증대시키려는 전략적 목표를 공유합니다.

 

비트코인을 활용한 에너지 거래는 달러 패권에 금이 가기 시작한 하나의 징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즉, 더 이상 모든 에너지 거래가 달러화로만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선례가 비트코인이든 위안화이든간에, 중요한 것은 국제 거래에서 달러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고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암호화폐를 결제에 동원하는 모습은, 기술 혁신이 어떻게 국제정치의 균형자로 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비트코인 같은 탈국가 통화의 부상은 미국과 같은 전통 강대국의 금융지배력에 도전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흐름이 확대되어 여러 나라들이 미국 금융망 바깥에서 거래하기 시작하면, 글로벌 금융 질서는 크게 양분화 혹은 다극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쪽은 여전히 달러와 유로 중심의 기존 금융 블록이고, 다른 한쪽은 암호화폐나 위안화 등으로 거래하는 신흥 블록으로 나뉠 수 있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이렇게 되면 국제 통화 체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복잡해지고, 미국이 전세계 자금 흐름을 통제하는 능력은 감소할 것입니다. 이는 곧 미국의 제재력 약화글로벌 거시경제 관리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에 탄력이 붙고, 러시아는 제재로 인한 피해를 줄이며 경제를 유지할 여력이 생길 것입니다. 요컨대 미·중 간 패권 경쟁은 금융·통화 영역으로까지 전선을 넓혀가는 양상이며, 비트코인 결제 추진은 그 퍼즐의 한 조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과장해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아직까지 달러는 전세계 외환거래와 준비자산의 과반을 차지하는 절대 강자이고, 비트코인은 시가총액이 금의 1/10 수준에 불과한 변방 자산입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이 당장 달러 체제를 대체하거나 엄청난 지각변동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위안화 결제를 받아들이는 등 탈달러화 조짐이 나타나고, 국제통화기금(IMF)조차도 디지털화폐의 영향을 논의하는 시대가 온 만큼, 장기적으로는 국제 금융질서의 패러다임 전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이번 중국-러시아의 비트코인 결제 논의는 향후 10~20년간 이어질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금융 혁신’이 어떻게 지형을 바꿀지 보여주는 서막일지도 모릅니다.

맺음말: 새로운 실험, 그리고 남은 물음표

중국과 러시아가 비트코인으로 에너지 결제를 추진하거나 논의하는 상황은 지정학, 경제, 기술이 뒤얽힌 복합 이슈로서 우리에게 여러 시사점을 줍니다. 달러로 대표되는 기존 질서에 도전하기 위해 국가들이 기존에 금기시되던 암호화폐까지 도구로 활용하려 한다는 점에서, 국제정치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번 움직임은 제재로 인한 궁여지책 성격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탈달러화 추세와 금융 다극화의 한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실험이 성공할지는 아직 물음표입니다. 현실적인 제약과 위험이 적지 않아 당분간은 제한된 범위에서만 활용될 전망이며, 혹여 비트코인이 국제거래의 부수적 수단으로 자리잡는다 해도 그것이 달러 체제를 대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이 과정을 통해 미국이 암호화폐 규제를 강화하고, 중국이 자체 디지털화폐 보급을 가속하는 등 각국의 대응이 더해져 새로운 경쟁 국면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나 일반 독자 입장에서는 이번 이슈를 통해 비트코인의 쓰임새가 단순 투자 자산을 넘어 국제 전략 자산으로 부각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물론 높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지닌 자산이기에 성급한 판단이나 쏠림은 경계해야 합니다. 다만, 글로벌 금융 질서가 변화하는 큰 흐름 속에서 암호화폐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는 있습니다.

 

중국-러시아의 비트코인 결제 논의는 그 거대한 변화의 한 장면일 뿐이며, 앞으로도 우리는 기술과 지정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등장할 새로운 도전에 계속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국제 정세는 유동적이며, 금융과 기술 혁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예기치 않은 결과를 빚어내곤 합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이번 행보가 향후 세계 경제 질서에 어떤 파장을 남길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최소한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비트코인 결제가 이제는 국가 전략의 도구로 논의될 만큼 시대가 변했다는 것입니다. 이 새로운 현실을 직시하면서, 향후 전개될 상황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하겠습니다.

 

참고자료:

중국-러시아 에너지 협력 및 암호화폐 결제 관련 주요 보도 및 공식 발언 (China-Russia 2023 trade value hits record high of $240 bln - Chinese customs | Reuters) (China-Russia 2023 trade value hits record high of $240 bln - Chinese customs | Reuters) (Russian Lawmaker Proposes Bitcoin Payments for Oil and Gas From Friendly Nations - Markets Insider) (Russia leans on cryptocurrencies for oil trade, sources say | Reuters) (Russia leans on cryptocurrencies for oil trade, sources say | Reuters) (VanEck Confirms China and Russia Are Settling Energy Transactions in Bitcoin)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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