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대거 매도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조달하기 위해 국채(미국 국채)를 발행합니다. 세계 각국 정부와 투자자들은 이를 구매하여 미국에 돈을 빌려주는 대신 일정 이자를 받게 되죠. 특히 일본과 중국은 오랫동안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로 유명합니다. 그렇다면 만약 일본과 중국이 가진 미국 국채를 단기간에 한꺼번에 팔아치운다면, 미국 경제부터 일본·중국 경제, 그리고 전 세계 금융시장에는 어떤 파장이 일어날까요? 경제 초보자의 눈높이에 맞춰, 이 가상의 시나리오를 세 가지 관점에서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미국 국채란? 왜 일본과 중국이 많이 갖고 있을까?
미국 국채는 쉽게 말해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빚 증서”입니다. 미국 정부가 돈을 빌릴 때 발행하는 채권으로,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습니다. 신용도가 높은 미국 정부가 발행하다 보니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처**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각국 중앙은행이나 투자자들은 외환보유액이나 여유 자금을 미국 국채에 투자하곤 합니다. 미국 입장에선 국채를 팔아 정부 지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전하게 이자를 얻는 *윈윈(win-win) 관계인 것이죠 .
그렇다면 일본과 중국이 왜 미국 국채를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을까요? 두 나라 모두 대미 무역흑자가 커서 달러를 많이 벌어들였고, 이렇게 벌어들인 달러를 외환보유액으로 운용해왔기 때문입니다. 미국 국채는 달러로 표시된 가장 안전한 자산이므로, 달러를 벌어들인 나라들은 그 달러를 다시 미국 국채에 투자해 둡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오랫동안 미국에 상품을 수출해서 번 달러로 미국 국채를 사왔습니다. 이렇게 하면 중국 입장에서는 두 가지 이득이 있었습니다. 첫째,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막아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수출로 달러를 벌면 보통 자국 통화가치가 오르지만, 그 달러로 미국 자산을 사들이면 위안화 가치 상승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둘째, 벌어들인 달러를 다시 안전한 곳에 투자해 외환보유액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불리기 위함입니다 . 일본도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무역흑자와 엔화 강세를 조절하기 위해 달러 자산(미국 국채 등)을 많이 사들였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 덕분에 2025년 현재 일본과 중국은 세계 최대의 미국 국채 해외 보유국입니다. 미 재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5년 2월 기준으로 일본은 약 1조 1,26억 달러(약 1.13조 달러), 중국은 약 7,843억 달러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 둘을 합치면 대략 1조 9천억 달러, 즉 약 2조 달러에 가까운 미국 국채를 두 나라가 들고 있는 셈입니다. 이는 전 세계 외국 정부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 총액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입니다 . 쉽게 말해 “미국이 외국에 진 빚” 중 상당 부분을 일본과 중국이 쥐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전체 미국 국가부채로 보면 이들의 비중이 압도적이지는 않습니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2025년 현재 약 36조 달러에 달하는데 , 그 중 상당액은 미국 국내 투자자나 연준(중앙은행)이 들고 있고, 외국 보유분은 약 8조 달러 정도입니다 . 일본과 중국이 합쳐서 미 국채 2조 달러를 갖고 있지만, 이는 미 전체 부채의 5% 남짓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미국 입장에서도 일본·중국에 빚을 지고 있는 비중이 5% 정도로 일부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나라가 동시에 거대한 규모의 미 국채를 시장에 매도한다면 일시적으로 미치는 충격은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유하자면, 주식시장에서 대주주가 보유 지분을 한꺼번에 팔아치우면 주가가 폭락하듯이, 세계 국채시장에서도 최대 손님인 일본·중국이 보유 채권을 급히 팔면 국채 가격 폭락(금리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일본과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거 처분하는 극단적 시나리오”가 벌어졌다고 가정하고, 그 영향을 (1) 미국 경제, (2) 일본과 중국 자기 자신의 경제, (3) 글로벌 금융시장 이렇게 세 측면에서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 쇼핑 카트 안에 미국 달러 지폐와 중국 위안화 지폐가 담겨 있고, 뒤로 미국 성조기와 중국 오성홍기가 보입니다. 두 나라 모두 달러로 표시된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1.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 금리 상승과 달러 가치 변동, 그리고 경제 충격
● 국채 가격 폭락과 금리 급등: 일본과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단기간에 시장에 내다 팔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국채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금리가 급등할 것입니다. 국채 금리란 국채 투자자가 받게 되는 수익률로, 국채 가격과는 반대로 움직입니다. 국채를 찾는 수요보다 파는 물량이 훨씬 많아지면 가격이 떨어지고, 새로 국채를 사려는 사람은 낮아진 가격만큼 더 높은 금리(수익률)를 요구하게 됩니다. 현재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예를 들어 4% 수준이라면, 갑작스러운 대량 매도로 인해 이를 훨씬 웃도는 수준(예를 들어 5~7% 이상까지도 일시 급등할 가능성)으로 뛰어오를 수 있습니다. 금리가 급등한다는 것은 미국 정부의 차입 비용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결국 미국 정부는 같은 돈을 빌리기 위해 더 많은 이자를 약속해야 하니 재정 부담이 커지고, 이는 곧 미국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 금융시장 혼란과 신용경색: 미국 국채 금리가 이렇게 급작스럽게 치솟으면 금융시장 전반에 큰 충격파가 몰아칩니다. 왜냐하면 미국 국채 금리는 전 세계 많은 금융상품의 기준 금리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는 국채 금리를 바탕으로 결정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 2022년 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국채 금리 상승으로 모기지 금리가 7%를 넘어서며 미국 주택시장에 한파가 닥친 바 있습니다. 그처럼 국채 금리가 단기간에 급등하면 미국 내 대출금리들이 덩달아 올라가면서 주택시장, 기업대출, 소비자신용 등 실물 경제 전반의 차입 비용이 급증합니다. 갑자기 돈 빌리기가 어려워지고 이자 부담이 커지면 투자와 소비가 얼어붙고 경기 침체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은행이나 연기금 등의 기관들은 자산으로 들고 있던 국채 가격이 폭락하면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2023년 미국에서 금리 상승으로 일부 은행들이 국채 평가손실을 입어 파산했던 사건(SVB 은행 사태 등)을 떠올려보면, 국채 가격이 급락할 경우 금융권의 신용경색과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주식 및 자산시장 영향: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국 주식시장 등 위험자산보다 국채 같은 안전자산에 몰리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이번 시나리오는 국채 자체의 가격이 출렁이는 비정상적 상황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안전자산 선호’와는 양상이 다를 수 있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은 국채 대량 매도의 충격으로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미래 수익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져 주식의 매력이 떨어지고, 또한 경제 불안으로 기업들의 이익 전망도 악화되므로 증시가 급락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이 동반 폭락하는 최악의 금융시장 혼란이 벌어질 우려가 있는 것입니다.
● 달러 가치와 환율의 변동: 일본과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팔면서 그 대금을 가져가려 할 경우,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가치도 출렁일 수 있습니다. 두 나라가 국채를 판 대가로 받은 달러를 자기 나라 통화(엔화나 위안화)로 바꾸거나 다른 안전자산(예: 금이나 유로화 자산 등)으로 바꾸려고 하면, 달러를 팔고 다른 자산을 사는 움직임이 커져 달러화 가치가 하락(달러 약세) 압력을 받을 것입니다 . 달러화가 약세가 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엔화·위안화 등의 가치는 상승한다는 뜻입니다. 평소라면 미국 입장에서는 달러 약세가 수출경쟁력 개선 등 일부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이렇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환율 변동은 투자자 신뢰를 떨어뜨리고 시장 혼란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달러 가치 하락은 미국의 수입물가 상승(특히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미국 국채 대량 매도는 미국 내 금리 폭등 + 달러 가치 급변동 + 자산가격 급락이라는 삼중고를 통해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 미국의 대응 시나리오: 물론 미국도 가만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개입하여 긴급 국채 매입(QE 재개) 등의 유동성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큽니다. 2013년 “테이퍼 텐트럼(taper tantrum)” 당시 연준의 채권매입 축소 발표만으로도 시장 금리가 급등한 사례가 있었는데, 그 이후 연준은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시 개입하는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가정 시나리오처럼 국채시장이 패닉에 빠지면, 연준은 다시 채권을 사들이거나 긴급금융지원을 해서라도 금리 급등을 억제하려 할 것입니다. 다만 이런 개입은 근본 해결책이라기보다 응급조치에 가깝습니다. 결국 시장은 “왜 일본과 중국이 국채를 팔았는가, 앞으로도 추가 매도가 이어질 것인가” 하는 근원적 불안에 휩싸일 수밖에 없습니다.
2. 일본과 중국 자신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 – 양날의 검, 스스로를 해치다
이제는 국채를 판 당사자인 일본과 중국의 경제에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 살펴보겠습니다. 역설적으로, 미국 국채를 대거 매도하는 극단적 선택은 이들 자신에게도 심각한 부메랑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종종 “미 국채 매각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는 핵폭탄과 같다”는 비유까지 나옵니다. 하나씩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 보유 외환자산의 가치 하락: 일본과 중국이 워낙 많은 미 국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급히 팔기 시작하면 미 국채 가격 폭락으로 아직 팔지 못한 나머지 보유분의 가치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즉, 처음 일부를 팔아서 달러를 손에 쥐기도 전에, 아직 갖고 있는 미국 국채 자산에서 막대한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이죠 . 결과적으로 두 나라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의 전체 규모가 축소되어 버립니다. 예를 들어 중국이 7천억 달러어치를 팔았다 하더라도, 남은 7천억 달러어치의 가치가 폭락하면 결국 손에 쥔 것도 별로 없이 외환보유고만 크게 줄어드는 격입니다. 외환보유액은 대외신인도와 직결되는데, 이를 자충수로 깎아먹게 되는 셈입니다. 실제로 중국 인민은행은 2015년 자국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미 국채 등을 매각하여 외환보유액을 한때 큰 폭으로 줄였다가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한 후, 가급적 직접적인 국채 매도를 자제해왔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보유 외화자산의 평가손실 위험을 잘 알기 때문에 성급한 매도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 환율 급변과 수출 타격: 앞서 미국 경제 부분에서 언급한 환율 변동은, 사실 일본과 중국 자신에게도 경제적 타격을 줍니다. 두 나라가 미국 국채를 팔면 그 대가로 받은 달러를 자국 통화로 바꾸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면 엔화와 위안화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할 것입니다 . 이는 곧 일본과 중국의 수출기업에 가격 경쟁력 하락이라는 치명타를 입힐 수 있습니다. 일본은 오랜 기간 엔저(엔화 약세)를 통해 수출을 늘리는 전략을 써왔고, 중국 역시 위안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수출주도 성장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국채를 대량 팔아 엔화·위안화 가치가 급등하면, 자국 수출산업이 입는 타격은 미국이 받는 손해 못지않게 클 것입니다 . 쉽게 말해 “미국을 벌주려다 자기 수출기업이 무너지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 통화가치 상승에 따른 금융환경 변화: 엔화나 위안화가 급격히 강세를 보이면, 해당 국가의 금융시장에도 동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통화가치 상승은 수출 감소와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져 경기둔화를 부를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해 일본은행이나 인민은행이 금리인하나 양적완화 등을 시도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국 국채를 팔아 확보한 달러를 국내로 들여오면서 시중 통화량이 증가할 수 있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우려도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위안화 강세는 자본유출 위험을 낮출 수 있지만, 동시에 해외 투자자들이 “위안화가 더 오를 것”이라는 투기적 기대에 몰려들어 환율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도 있습니다. 요컨대, 환율의 급격한 변화는 거시경제 관리에 복잡한 어려움을 안겨주고, 잘못 대응하면 금융불안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 국제 관계 및 신뢰 훼손: 일본과 중국이 미국 국채를 단기간에 대량 매도하는 상황은,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정치·외교적으로도 극단적인 결단일 것입니다. 특히 일본의 경우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기 때문에, 미국에 경제적 타격을 주는 행동을 한다면 외교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될 수 있습니다. 중국 역시 미 국채를 일종의 경제 무기화(weaponization)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국제 사회에서 신뢰를 잃고 자국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중국이 글로벌 금융질서를 교란시켰다”는 비난과 함께, 서방국가들의 경제 제재나 보복을 자초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두 나라 모두 미국 국채 매각으로 얻는 실익보다 잃을 것이 많아질 위험이 큽니다. 중국 내부에서도 관영 매체 등을 통해 미 국채 매각을 압박 수단으로 쓰자는 주장이 가끔 나오지만, 실제 정책당국은 그 위험성을 잘 알기에 함부로 실행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
● 일본과 중국 정부의 속내: 실제로 일본 정부는 미국 국채를 정치적 흥정거리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2025년 4월 일본 재무상 가토 가쓰노부는 “미국 국채 보유는 어디까지나 향후 외환시장 개입 필요에 대비한 것이지, 외교적 수단이 아니다”라며, 미국이 일본산에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국채 매도를 지렛대로 삼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 그는 또 “외환보유고 자산을 매각하는 조치는 곧 엔화를 매수하는 통화개입과 같다. 이러한 조치는 그 규모와 상관없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이는 일본이 미국 국채 매도가 자국 경제에 미칠 파장(엔화 급등 등)을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편 중국 정부는 공식 발언으로 미국 국채를 언급하는 일은 드물지만, 이미 지난 몇 년간 보유 규모를 서서히 줄여오는 방향을 취해왔습니다. 2013년경 한때 1.3조 달러를 넘었던 중국의 미 국채 보유고는 2024년 중반에는 7천억 달러대로 줄었으며 , 2022년 러시아의 사례(외환보유액 동결)를 지켜본 이후 미국 자산에 대한 경계심이 더욱 높아진 상태입니다. 실제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 중앙은행의 달러 자산 절반가량을 동결시켰는데, 이는 중국에게도 “만약의 경우 우리 보유 달러자산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충격을 준 사건이었습니다 . 이 때문에 중국은 달러 자산 의존도를 점차 낮추고 분산 투자를 모색하고 있지만 , 그렇다고 해서 한꺼번에 미 국채를 내다파는 극단책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입니다.
3.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 불확실성의 파도, 안전자산 선호와 탈달러 움직임?
마지막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 전체에 미칠 여파를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국채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중심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일본과 중국의 대량 매도가 불러올 파장은 미국과 해당 국가들을 넘어 세계 각국의 자본시장, 외환시장, 상품시장 전반에 연쇄적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 전 세계 금리 상승 압박: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 다른 나라의 국채 및 회사채 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미칩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미국 금리가 뛰면 유럽, 아시아 등 다른 선진국 금리도 이를 따라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미국 국채가 “안전자산” 지위를 잃고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에서는, 일부 투자자금이 유럽이나 일본 국채 등 대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려 할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로 인해 독일, 영국, 일본 등의 국채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르고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도 있지만, 만약 미국발 금리 상승이 각국에 전이되면 세계적으로 채권가격 하락 및 금리 상승의 압력이 나타날 것입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차입비용 상승과 신용 경색으로 이어져 동시다발적인 경기 위축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 환율 및 자본 유출입의 교란: 달러화 가치 급변으로 주요 통화 환율이 크게 요동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달러가치가 떨어지고 엔화·위안화 가치가 오르는 방향이라면, 상대적으로 유로화, 원화 등 다른 통화들도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겠지요. 하지만 이러한 변동성은 각국 수출입 기업과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환헤지 비용 증가 등 부작용을 낳습니다. 특히 신흥국들이 취약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도 달러 강세/약세에 따라 자본 유출입이 출렁이는 신흥시장에서는, 갑작스러운 달러 가치 변화와 미국 금리 급등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이탈하거나 환율이 급락(통화가치 급하락)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국채 금리가 폭등하면 투자자들이 보다 높은 금리를 좇아 상대적으로 위험한 신흥국 자산에서 자금을 빼 미국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이는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과 채권가격 폭락을 불러와 해당국 금융위기로까지 번질 위험이 있습니다. 결국 미국 국채발 충격은 글로벌 자본 이동의 쓰나미를 일으켜 곳곳에 파급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 안전자산 선호와 금값 상승: 한편 이렇게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면, 투자자들은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Gold)이나 현금성 자산(단기 국채, 예금) 등을 선호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미국 국채의 신뢰도가 흔들린다면, “대체 어떤 자산이 안전한가?”라는 물음이 나오게 됩니다. 과거 역사를 보면 한때 영국 파운드화가 기축통화였으나 전쟁 후 몰락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20세기 중반 여러 나라들이 쌓아두었던 영국 파운드화를 한꺼번에 팔아치우자 영국 경제에 통화위기가 발생하고 금리가 치솟았던 일이 있었는데 , 이번 사태가 달러화와 미국 경제에 그런 충격을 줄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일부 투자자는 달러자산을 버리고 금이나 엔화, 스위스 프랑 등 다른 안전피난처를 찾아 대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위기 때마다 금값이 급등했던 전례를 볼 때, 미국 국채 대량매도 사태에서도 금 등의 안전자산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전 세계 금융시스템에서 달러와 미 국채만큼 규모가 크고 유동성이 충분한 안전자산은 마땅치 않기 때문에, 대안을 찾기 힘든 혼란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 결국 가장 안전하다고 믿어온 미 국채마저 흔들린다면, 글로벌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심리적 공황이 야기될 수 있습니다.
● 국제 공조 및 대응: 이렇게 세계 시장이 흔들리면,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국제기구들이 공동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 국채 매도=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지려 할 때,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미국 국채를 함께 사들이거나 통화스왑 라인을 통해 시장안정을 도모하는 식입니다.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팬데믹 위기 때도 각국이 공조하여 유동성을 공급한 바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이 정말 대규모 매도를 실행한다면, *미국을 포함한 G7 국가들이 금융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긴급 개입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행이나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 국채를 매입하거나, IMF가 각국에 유동성 지원을 해주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입에도 불구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 심리를 완전히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혹시 다른 나라도 미국 자산을 줄이는 것 아닐까?”, “달러보다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하나?” 등의 의구심이 남아 글로벌 자금 흐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 가속화?: 이번 사태는 더 나아가 국제 통화 질서의 변화를 촉발할 여지도 있습니다. 달러화와 미 국채는 오랫동안 전 세계가 신뢰하는 기축통화 & 안전자산 역할을 해왔는데, 만약 주요 보유국들이 이를 동시다발적으로 팔아 혼란을 일으켰다면 일부 국가들은 “탈달러화”를 더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중국, 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무역결제를 달러가 아닌 자국통화로 하거나,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는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데, 그런 탈달러 움직임이 더욱 속도를 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달러를 완전히 대체할 적임 통화나 자산이 부재하기 때문에, 당장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보다는 국제금융 질서에 대한 논쟁과 불확실성 증대로 이어질 것입니다. 결국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당분간 요동치는 파도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각종 자산의 가격과 자본흐름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국면을 맞을 것입니다.
4. 현실적으로 이런 일이 일어날까? –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에 하나”를 대비
지금까지 가정 시나리오에 따른 영향을 살펴봤지만, 독자 여러분도 느끼셨겠지만 일본과 중국이 보유 국채를 한꺼번에 파는 일은 현실에서 쉽게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 이유를 정리하면서 마무리해보겠습니다.
첫째, 스스로에게 득보다 실이 크기 때문입니다. 앞서 분석했듯이 두 나라가 미국에 타격을 주려 이런 행동을 하면, 미국 못지않게 본인들의 경제도 상처를 입습니다 . “상대방을 인질로 잡았지만 사실은 동시에 자기 목에도 피해를 입히는 꼴”이라는 비유가 딱 들어맞습니다. 특히 중국의 경우 미중 무역분쟁이나 외교 갈등 시기에 종종 미국 국채 매각을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정작 중국 정부는 이 카드를 실제 꺼낸 적이 없습니다 . 미 재무부 출신 전문가들은 “중국이 국채를 무기화하는 것은 위험하고 실행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읍니다 . 이유인즉, 조금만 팔기 시작해도 시장에 소문이 퍼져 남은 채권 가치까지 폭락해버리고 , 막상 팔아서 받은 달러를 운용할 마땅한 대안도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은 미국과 우호 동맹관계이고, 또 보유한 미 국채는 어디까지나 자국 통화(엔화) 가치 급변 시 개입하기 위한 비상금적 성격이 강합니다 . 실제 일본 정부는 미국과 무역 마찰이 있더라도 미국 국채를 흥정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고 못박았죠 . 설령 일본이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해 국채를 일부 팔더라도, 그 규모는 전체 보유액에 비해 작고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진행할 것입니다. 2022년에도 엔화 방어를 위해 일본이 수십조 엔 규모의 달러를 풀었지만 (일부는 미 국채 매각으로 조달한 것으로 추정), 미 국채 시장 전체 규모(수십조 달러)에 비하면 그야말로 “바닷물에 물방울” 수준이어서 큰 동요 없이 지나갔습니다 .
둘째,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습니다. 이렇게 경제적으로 상호확증파괴에 가까운 조치는 보통 전쟁 등 초극단적 상황이 아니고서는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일본은 현실적으로 동맹국 미국의 금융체계를 뒤흔드는 일에 나설 가능성이 거의 없고, 중국의 경우도 군사적 충돌 또는 그에 준하는 심각한 대립 상황에서나 고려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중국이 미국 국채를 의도적으로 대량 처분한다면, 미국도 가만있지 않고 중국의 달러 자산을 동결하거나 다른 금융 보복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경제적 핵전쟁”과 같아서, 어떤 나라도 쉽게 방아쇠를 당기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2022년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동결 조치는 중국에게 경고가 되었고 , 중국은 그래서라도 천천히 대비는 하되 성급한 행동은 피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이미 진행 중인 완만한 조정입니다. 일본과 중국은 사실 최근 몇 년간 서서히 미 국채 비중을 줄여왔습니다. 일본은 환율 방어 등 필요에 따라 일부씩 팔고 있지만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조절하고 있고, 중국은 보유액을 정점 대비 거의 절반 수준까지 낮추면서 천천히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 이 과정에서 미국 국채 시장은 큰 혼란 없이 소화해왔습니다. 이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팔면 시장이 흡수할 수 있지만, 한꺼번에 팔면 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반증합니다. 일본과 중국도 이를 알기에, 굳이 한순간에 “패닉셀(panic sell)”을 자초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너무 급격한 매각은 자신들이 보유한 잔여 채권의 가치만 떨어뜨리고 목표를 달성 못할 수도 있죠 .
물론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국제관계는 예측불허이고, “만에 하나” 군사 충돌이나 극단적 갈등 상황이 온다면 경제 논리만으로 사태를 재단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매우 낮고(시장도 그렇게 보고 있으며), 설사 부분적으로 일어난다 해도 앞서 설명한 여러 완충장치들(미국의 대응, 국제 공조 등)이 작동하여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하려 할 것입니다.
맺음말: 세계 경제의 안전판과 상호의존 관계
정리하면, “일본과 중국의 미국 국채 대량 매도”는 단순한 경제 이슈를 넘어 미국-일본-중국 간의 복잡한 경제적 상호의존과 견제를 드러내는 가상의 시나리오입니다. 미국은 막대한 국채 발행으로 세계로부터 자금을 조달해왔고, 일본과 중국은 그 국채를 사주며 미국 경제에 자금을 공급하는 한편 자신의 외환보유고를 불려왔습니다 . 이러한 공생 관계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일본과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 국채를 팔아서 당장 손해보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하고, 미국 입장에서도 이들 큰 손들이 떠나지 않도록 신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현재의 국제금융 질서는 달러와 미국 국채를 중심으로 한 균형 추와 같아서, 어느 한쪽이 급격히 움직이면 모두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핵심만 다시 강조해볼까요?
- 미국 국채: 미국의 빚 증서로, 일본과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각각 약 1조 달러 규모) . 안전자산이라 많이 사왔지만, 동시에 미국에 대한 영향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 가정 시나리오 – 일본·중국의 국채 대량 매도: 현실적 필요나 이득은 크지 않지만, 만약 단기간에 이뤄지면 미국 국채 가격 폭락 → 금리 급등 → 미국 경제 타격, 주가 급락, 달러 약세 등의 충격이 온다 . 두 나라 자신도 남은 보유채권 가치 하락과 통화가치 급등으로 큰 피해를 입는다 . 글로벌 시장도 안전자산 체계에 금이 가며 동요, 최악의 경우 금융위기 촉발 우려.
- 현실적 실현 가능성: 극히 낮음. 서로 “Lose-Lose(양쪽 다 손해)”인 선택이므로 특별한 상황 아니면 실행하지 않을 것. 실제로 중국은 점진적 감축을 택하고 있고, 일본은 국채를 무기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국제사회도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공조할 것.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경제는 서로 얽혀 있어 함부로 상대를 공격하면 결국 자신에게도 해가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미국, 일본, 중국은 경제적으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특히 금융시장에서는 신뢰가 핵심 자산입니다.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 달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모두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때로는 갈등이 있어도 모두가 적정선을 지키며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일본과 중국이 미국 국채를 갑자기 모두 팔아버리는 일은 그야말로 “자신의 발등을 찍는”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요약: 일본과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거 매도하는 극단적 상황은 미국 국채 시장과 환율에 충격을 주어 미국 경제에 큰 부담을 주겠지만, 동시에 일본과 중국 자신들의 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글로벌 금융 불안을 야기할 것입니다. 다행히 현실에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며, 이러한 상호의존적 관계가 오히려 국제 금융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채는 여전히 전 세계 자금이 몰리는 신뢰의 자산이며, 일본과 중국도 당분간은 이 관계를 쉽게 깨뜨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참고 자료: 미국 재무부 국제자본유동보고(TIC) (ticdata.treasury.gov), 블룸버그/로이터 통신 (Japan rules out using US Treasury holdings to counter Trump tariffs | Reuters) (China’s US bond holdings are going nowhere fast | Reuters), Investopedia 투자백과 (Why China Buys U.S. Debt With Treasury Bonds)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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